내일로를 계획했을 때, 예비신부가 부산 추천 음식이 뭐가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경상도 바닷가가 시골인 제가 좋아하는 남쪽 음식을 부산에도 팔지 않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날 먹은 물메기탕이었어요.
물메기탕과 고민한 음식은 장어탕이었습니다.
시골집에 가면 먹던 장어탕은 바닷장어를 갈아서, 숙주와 양파를 넣고 끓여낸 음식입니다.
거기에 방아잎(향초잎)을 넣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물론 물메기탕도 시골집에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에요.
곰치처럼 흐물흐물한 생선을 무와 함께 끓여내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간단하면서도 최고의 국물 음식이죠.
두 음식 모두 부산에서도 팔고 있었어요!
그중 물메기탕을 고른 이유는 물메기는 겨울이 제철인 음식이기 때문이에요.
개림횟집 인근 자갈치시장(선지국수)
전 날 남포동으로 숙소를 정하고 하루를 묵었던 저희는 자갈치시장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시장에는 할머니들께서 각종 생선을 판매하고 계셨어요.
저희 시골에는 항구를 따라 새벽시장이 들어서곤 하는데,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식당 근처에 다다르니 어시장의 식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에서는 선지국수를 팔고 있었어요.
지나가면서 보니 선지국에 소면이 들어간 음식이었습니다.
찬 바람에 손이 시리던 그날 아침과 썩 잘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심지어 가격도 1인분에 5천원일 정도로 정말 저렴했어요.
제 얼굴에 먹고 싶다는 마음이 적혀있었는지, 예비신부가 물메기 나중에 먹고 선지국수 먹을까? 하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우리 예비신부 처음 먹어보는 음식 맛 보여줘야 하니까요.
애써 지나쳐서 개림횟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개림횟집 식당 정보 및 메뉴판
♧개림횟집
- 대표메뉴: 줄가자미(이시가리), 물메기탕
- 추천주류: 소주!
- 화장실: 식당 내 있음(깔끔함)
식당은 전통시장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노포 느낌의 식당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물메기탕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있었죠.
현지분들만 들어오던 식당이라 잘 찾아왔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치는 손님이 많던 선지국숫집과 달리 술을 드시던 손님은 없었습니다.
그런 손님이 계셨다면 탁주라도 하나 시켰을지 몰라요.
덕분에 저희도 앉자마자 술 없이 건전하게 물메기탕만 한 그릇씩 주문했습니다.
개림횟집 물메기탕
물메기탕은 복국처럼 콩나물과 미나리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생선의 깊은 맛이 훌륭해서 이 자체로도 최고의 해장국입니다.
전 날 먹은 술이 국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것은 물론, 괜찮은 것 같은 착각에 술 한 잔 더 하고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물메기탕을 처음 맛본 예비신부는 작년 봄, 제가 복국을 처음 먹었을 때 지었던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둘 다 아침만 아니었다면 분명 소주 한 병은 시켜서 나눠먹었을 겁니다.
물메기는 정말 부드러운 생선이라 입에 넣으면 샤르르 녹아 사라져요.
쫄깃쫄깃한 대구의 식감과는 정반대인 생선인 거죠.
이 날 먹은 물메기에는 알이 없었는데, 물메기 알은 날치알처럼 작고 동그랗게 생겼어요.
톡톡 터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씹으면 정말 고소한 느낌이라 맛이 좋은데, 이 날은 없었습니다.
밑반찬은 딱 아침식사 하기 좋을 정도의 음식만 나왔습니다.
배추김치 왼쪽에 보이는 음식은 코다리 조림 같았어요.
꼬들꼬들한 생선살에 양념이 잘 베여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김치도 남쪽 음식임에도 젓갈 맛이 강하지 않아 먹기 좋았습니다.
전부 다 맑고 시원한 물메기탕과 잘 어울렸어요.
개림횟집은 줄가자미(이시가리) 회로도 유명한 집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라 찾아보니, 줄가자미를 가느다랗고, 길게 썰어낸 회였습니다.
보기만 해도 고소해 보이는 것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줄가자미와 함께 한 잔 하다, 마무리로 물메기탕을 먹어도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양으로 떠나야 해서 맛보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쉬웠어요.
하지만 다음에 또 와서 맛을 보면 되니까요.
저희는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밀양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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